‘참을 수 없는 가려움’은 당해 본 사람만이 안다. 성경에 나오는 ‘욥’이란 인물은 악창이라는 피부병에 걸려 기와조각으로 몸을 긁었다고 한다. 피부질환 중에서도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을 참지 못해 심하게 긁게 되고 이로 인해 피부가 손상되면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질환이다. 국민의 15%에서 발생할 정도로 최근 급증하는 아토피 피부염은 습진 또는 유아 습진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얼굴, 머리, 목, 팔, 다리 등에 발생하고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최근 들어서는 성인에서도 아토피 피부염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아토피 질환의 뿌리는 오장육부(五臟六腑)이고 단지 그 증상만이 피부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주전자에 물을 끓일 때 가스레인지의 불이 물을 끓게 하는 것처럼, 주전자의 끓는 물이 피부의 아토피 증상이라면 가스레인지 불은 오장육부인 것이다. 따라서 가스레인지 불을 끄면 물이 안 끓듯이, 오장육부를 고치게 되면 피부의 아토피는 치료된다.
아토피가 치료를 해도 자꾸 재발하는 이유는 가스레인지의 불은 끌 생각을 안 하고 끓는 물만 식히려고 하듯,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만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아토피 증상을 간(肝), 심장(心臟), 삼초(三焦), 신(腎) 등 장부의 병으로 본다. 그리고 인체에 나타나는 모든 증상들은 한 개의 장부가 병이 들어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아토피의 근본원인을 고치려면 전신증상을 알아야 한다.
몸에 나타나는 전신증상들은 아토피의 원인이 보내는 신호이다. 즉 아토피의 원인으로 안내해주는 이정표다. 그 이정표가 가르쳐준 대로 그 원인 장부를 찾아내어 고치면 된다.
따라서 예진이 중요하다. 예진은 환자하고 상담을 통해 전신증상을 소상히 체크하여 원인 장부를 찾아내는, 수 천년 동안 행해지던 전통의학의 고유 진찰방법이다. 그냥 앉아서 약 30분간 찬물이 좋으냐 더운물이 좋으냐, 허리가 아플 땐 어느 부위가 아프냐, 대소변이 시원하냐는 등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몸의 전신증상을 질문하는 대로 대답해주고 나면 아토피의 원인이 되는 장부를 찾아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토피의 주증상이 참을 수 없이 가려운 것인데, 특히 밤에 더 가려우면 간을 고치는 침과 약으로 치료하게 되면 즉시 가려움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진물이 나는 것은 습(濕)이라고 했는데, 습을 조절해주는 장부를 치료하면 즉시 효과가 있다. 발진의 크기가 좁쌀만 한 것은 열(熱)이라 보고, 열을 풀어주는 장부를 치료하면 즉시 효과가 있고, 크기가 동전만한 것은 체(滯)한 것으로 보고 체한 것을 풀어주는 장부를 침과 약으로 치료하면 즉시 효과가 있다.
호일침한의원 부산롯데호텔 본원의 권오성 박사는 “한국의 전통의학에서는 전신증상에 따라 아토피질환을 크게 간병형 아토피, 삼초병형 아토피, 심장병형 아토피, 신병형 아토피로 분류한다”고 말한다.
즉 간에 병이 생겨 발생하는 간병형 아토피는 전체 아토피의 5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주요 증상은 가려움증이 밤에 더욱 심해지며 계절적으로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악화되며 과로나 출산 후에 더욱 심해지는 등의 특징이 있다. 무릎 안쪽과 손목 또는 엄지, 사타구니 등에 가려운 증상이 심하다.
또 전체 아토피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삼초병형 아토피는 신경을 쓰면 더 심해지며 얼굴이나 손발이 자주 붓고 대소변을 보고 나도 뭔가 남는 듯 시원치 않은 특징이 있으며 팔꿈치나 귀뒷부분, 머리 옆면, 목옆에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이나 신장 이상으로 나타나는 아토피는 각각 15% 정도로 심장이상으로 인한 아토피는 잘 놀라거나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며 겨울에 심하며 무서워서 혼자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가려움 발병 부위도 팔꿈치 안쪽이나 다리 바깥쪽 엉덩이나 겨드랑이 부위 등에서 주로 증상이 나타난다. 신장이상으로 인한 아토피는 하체에 땀이 잘나며 하품을 자주 하고 침을 많이 흘리는 등의 특징이 있다. 다리 뒤쪽이나 등과 허리, 무릎 안쪽 등의 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 장기를 치료하면 아토피는 치료된다는 것이 한의학의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간병형 아토피의 경우 간기능을 회복시키거나 열을 내리게 하기 위해 1주일에 2~3회 정도의 침치료를 비롯해 바르는 도포요법과 청간탕 등의 경구요법 등을 병행해 2~3개월 정도 치료한다는 것이다. 다른 장기의 치료도 같은 원리다.
실제로 이 병원에서 이같은 방법으로 아토피 환자 200여명을 치료한 결과 70% 이상의 높은 치료성적을 거두 었다고 밝혔다.
권오성 박사는 “아토피의 부위가 어디에 제일 심한가 어디서 먼저 시작되었는가를 알면 그 원인 장부를 바로 찾을 수 있고 이에 침과 약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