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환자 한분이 제게 와서
'어휴, 죽을 뻔 했어요'
'왜요?'
'이틀을 죽게 몸살 앓았어요'
'으허허..거 잘 되었네요'
'아니 난 죽을 뻔 했는데 뭐가 좋다는 거예요?'
이 분은 며칠 뒤에 제게 와서 십년이 넘은 어깨통증이
사라졌다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고맙긴 뭐가 고맙습니까? 자기 몸 자기가 낫게 했는데요...
제가 왜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냐면...
얼마 전 영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보면
암 환자의 80%정도가 암 발병 5년 전부터
고열을 동반한 몸살을 한 번도 앓은 적이 없다고 했답니다.
요즘 분들 중에 '난 아주 건강해요, 몸살 한번 앓은 적 없거든요'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아주 많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분들만 오면 아주 긴장합니다.
사실 몸살이란 건 짧은 시간 내에
한바탕 몸 안의 묵은 찌꺼기를 내보내서
임파를 깨끗이 청소하고 골수를 튼튼히 하고
몸 속 세포의 상당수를 교환하는 작업이거든요.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작용의 하나란 말이지요.
그런데 이게 좀 불편하단 말입니다.
그러니 조금 아프면 바로 몸살 약을 먹거든요.
중요한 생리적 청소작업을 미루는 겁니다.
그것만이면 다행이지만 몸속의 면역도 점점 줄어들거든요.
그럼 나중에 어떻게 되느냐하면
몸속에서 몸살을 '못 일으키는' 겁니다.
그런데 본인들은 '몸살을 안 한다'고 착각하거든요.
또 미룬 숙제는 나중에 안 해도 되느냐 하면 그게 아니거든요.
언젠가 꼭 해야 하거든요. 인체 생리를 영위하려면 말이죠.
근데 그럴 때마다 더 독한 약을 먹어서 또 저지합니다.
그러면 나중엔 결국 암세포가 몸에 생겨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암도 정상적 생리과정의 하나(숙제 벼락치기?)이지만...
의사들한테 돌 맞을까봐 이 얘기는 각설하고요.
몸살을 며칠 앓고 난 다음에
아침에 일어나서 신 새벽을 맞이할 때의 기분을 아시나요?
기운은 없지만 정신도 맑고 부질없는 욕망도 없으며
몸도 그렇게 개운하고 가벼울 수가 없습니다.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다음에 보는 개인 하늘과 같죠...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의 생각으로만 하려고 합니다.
이건 불편해서 안돼, 지금은 안돼, 난 아니야...등등
하지만 우리의 삶은 우리의 생각으로 굴러 가는 게 아닙니다.
그저 자동적으로 굴러가도록 놔두면 알아서 잘 가거든요
지네 한마리가 길을 잘 가다가 개미가 와서
'우와 너 대단하다, 그렇게 많은 발로 어떻게 잘 가니?'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지네가 생각해보니 사실이 그렇거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드니까 잘 다니던 발이 그만 엉켜버려서 꼼짝도 못했답니다.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버릴 게 없습니다.
그대로 진리요, 우리를 공부시키는 재료들이지요.
그래서 저는 외칩니다.
몸살을 앓자 ! 몸살을 받아들이자 ! 몸살을 사랑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