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혈관은 적절한 압력으로 온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보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정맥혈관은 각 장기에서 발생하는 대사산물과 노폐물을 운반, 폐와 신장을 통해 배출한다. 대동맥 등 '굵은 중심 동맥혈관'의 압력은 심장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작은 가지의 혈관들과 장기에 여파를 미친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심장 없이 건강한 혈관이 있을 수 없으며，건강한 혈관 없이 건강한 심장이 있을 수 없다.
통상 피부노화 하면 피부 탄력성의 감소가 언급되는 것처럼 '혈관 나이'를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의 탄력성이다. 특히 몸의 중심에 있는 대동맥과 주요 동맥은 탄력성이 크다. 심장이 수축할 때 이들 동맥은 늘어나고,심장으로부터 도달한 혈액의 일부는 이들 동맥에 일시 저장되며，심장이 이완할 때 이들 동맥이 회복(수축)되면서 저장했던 혈액을 말초혈관을 거쳐 조직까지 전달한다.
이 같은 탄력성이 심하게 줄어들면 '동맥경직도'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이는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 신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혈관 탄력성이 감소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동맥벽의 엘라스틴이 콜라겐에 비해 현저히 감소되는, 혈관의 구조적인 이상이다. 또 하나는 혈관기능(수축 이완 청소 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돼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두 요인은 혈관 나이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동맥경직도는 '맥파 분석'과 '혈류 전파속도 측정'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맥파분석은 심장으로부터 말초혈관으로 가는 동맥의 압력 파형과 말초혈관으로부터 반사돼오는 압력 파형이 합쳐져서 생기는 파형을 비교한다. 말초혈관으로 가는 파형의 최고 압력보다 합쳐진 파형의 최고 압력이 얼마나 늘어났는가를 따져 많이 늘어날수록 '혈관 경직도가 심하다'고 판단한다. 혈류 전파속도는 동맥피가 지나가는 두 지점에서 압력 또는 혈류량을 비교해 측정한다. 굵은 중심 동맥혈관의 경우 혈관경직도가 심할수록，나이가 들수록 혈류전파속도는 증가하게 된다.
중심 혈관의 동맥경직도가 높다면 수축기 혈압은 올라가고 확장기 혈압은 내려가 두 혈압 간의 격차인 맥압이 상승해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이 유발된다. 이는 뇌출혈을 유발하고 혈관벽에 상시적으로 높은 압력을 가함으로써 동맥경화를 촉진하게 된다.
동맥경화 진행 정도를 보다 직접적으로 파악해 혈관나이를 판단하는 방법도 있다. '상완발목혈압지수'(ABI)는 발목의 수축기 혈압을 상완(팔)의 수축기 혈압으로 나눈 값으로 정상적으로는 발목 혈압이 약간 높아 0.9∼1.3을 정상치로 보나 이보다 높으면 심한 말초혈관 질환으로 혈관벽이 단단해져 있음을 나타낸다. 반대로 이보다 낮으면 지수가 낮을수록 동맥경화가 진행된 것으로 본다.
경동맥초음파는 고해상도 초음파로 목을 지나는 경동맥 혈관의 내·중막 두께를 측정하고 혈관협착의 단초가 되는 '경화반'(plaque)의 형성 여부를 관찰하는 검사다. 경동맥의 이상이 뇌·심혈관질환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밖에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은 뇌혈관의 구조적 이상,컴퓨터단층촬영(CT)은 중심 대동맥의 구조적 이상(대동맥박리，대동맥류 등) 및 상하지 혈관의 협착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심전도검사는 부정맥과 심근비대 심장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장의 구조적 이상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운동부하 후 심초음파 및 심장핵의학검사를 해보면 더 명확히 알수 있다. 24시간 혈압 측정은 고혈압을 확진하고 주야 간 혈압차에 따른 혈관기능 상태를 파악하게 해준다.
혈관나이는 일반적으로 고혈압，고령，흡연，당뇨병，대사증후군，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비만，스트레스，과거 본인 또는 가족의 심혈관 질환 병력 등이 있을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이런 요인이 많은 사람은 예방 차원의 심장기능검사,규칙적인 운동,올바른 식사습관,적절한 약물복용을 통해 높아진 혈관나이를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