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에 비해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2.3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춘천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홍경순 교수팀은 2004년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되는 수축기혈압 120∼139㎜Hg 또는 이완기 혈압 80∼89㎜Hg에 해당하는 중·노년층 내원자 122명을 대상으로 나이, 성별, 음주, 흡연, 운동, 신체계측치, 혈액지표 등을 측정했다.
이후 3년이 지난 2007년 이들을 다시 추적 조사해 고혈압 발병의 관련 인자를 분석한 결과,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25㎏/㎡ 미만은 3년 후에 53%만이 고혈압으로 이행한 반면, 25㎏/㎡ 이상은 약 72%에서 고혈압이 발병했다.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흡연, 운동, 운동력 등 여러 위험인자를 보정하면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일 때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고혈압 발병 위험도가 약 2.3배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연구결과는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되는 제1회 한림-움살라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고혈압 전 단계 중년과 노년에서 고혈압 진행의 관련 인자’라는 제목으로 발표된다. 홍 교수팀은 “이 연구결과를 통해 심장마비, 뇌졸중, 당뇨 등 고혈압이 원인인 위험질환을 예방하는 데 체중감량이 필수적임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심장의 과잉노동과 활성산소를 유발한다=뚱뚱한 사람은 식사량이 남보다 많고 그에 비례해 나트륨(Na)의 섭취량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또한, 나트륨의 재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알도스테론과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높이는 렙틴 등 고혈압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활성화하게 마련이다. 또 체중이 늘면 증가한 체중만큼 온몸에 혈액을 더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심장이 과잉노동을 한다. 체내의 늘어난 지방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각 조직에 산소 필요량도 증가한다.
결국, 산소 공급을 위해서 혈액의 양이 증가하고 자연히 말초혈관의 저항성이 높아지기에 혈압은 상승하는 것이다.
게다가 혈액에 지방이 많이 섞이면 흐름이 느려지고 활성산소가 늘어나는데, 이 활성산소가 혈관 벽에 상처를 입히고 지방이 상처에 쌓이고 혈관이 좁아지면서 혈관의 탄력성이 저하되어(혈관의 경직도 증가) 혈압이 높아지기도 한다.
◆몸무게를 5%만 줄여도 고혈압 위험이 대폭 낮아진다=비만한 고혈압 환자는 체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혈압을 내릴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체중의 감량 정도와 혈압의 강하는 비례하며 적절한 체중의 조절은 고혈압의 발병을 감소시키거나 또한 지연시킬 수 있다.
또 비만을 치료할 때에 초기부터 무리한 계획으로 시작하면 반드시 실패할 수 있다. 실현 가능한 계획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감량만큼 중요한 것이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적절한 운동, 생활요법 등을 통해서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체중을 줄이면 혈압조절뿐 아니라 당 내성 및 인슐린 저항성의 개선, 심근 비대의 감소, 교감신경계 활성억제 등의 수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내장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복부 비만은 단순비만보다 더 위험하다. 복부의 내장 지방은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고혈당, 콜레스테롤 불균형, 중성지방 증가 등의 나쁜 영향을 끼쳐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한꺼번에 무리한 감량은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체중의 5∼10% 감량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는 것이 좋으며 5% 정도만 줄여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고 심장마비, 뇌졸중, 당뇨 등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